- 새옹지마(塞翁之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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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국립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나는 노래를 좋아하는 편이다. 그 중에서도 트롯을 가장 좋아한다. 이 때문에 요몇년 절정을 이루고 있는 트롯 관련 TV프로그램은 내가 누리고 있는 호사 중의 호사다. 엊그제는 트롯 경연 프로그램 ‘미스터트롯2’가 마침내 마무리되었다. 최종 7명의 순위가 정해졌고, 그 중 1등은 안성훈 가수에게로 돌아갔다.
그간 인기를 끌었던 경연 프로그램 ‘미스(미스터)트롯’은 ‘무명’의 이름표를 달고 힘들게 살아가는 가수들에겐 꿈의 무대였다. 왜냐면 세상 이목이 집중된 유명 프로그램에서 얼굴이 알려지면 ‘무명’이 바로 하루아침에 ‘유명’으로 운명이 바뀌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수의 꿈을 가진 수많은 ‘무명’들은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에 모든 걸 걸 수밖에 없었다.
매번 경연 프로그램은 내게 많은 걸 배우고 느끼게 해 주었다. 가수의 꿈을 가진 다양한 인생과 사연들이 나를 애타게 할 때도 많았고, 마지막까지 남은 열 명, 혹은 일곱 명에게 매겨진 그 순위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무식’한 불만이 불쑥불쑥 들 때도 있었다. 평가를 하고 선택을 해야 하는 심사위원들에겐 과연 한 인생의 운명을 판가름할 절대적인 기준이 진짜 있는 것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거의 완벽에 가까운 최종 일곱 가수들의 순위…, 그 순위는 어쩜 가수 개개인의 ‘실력’ 문제라기보다는 경우에 따라서는 평가자들의 개인적인 ‘취향’과 ‘호감도’가 결정에 작용한 점은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더 많았다. 그러나 이런 생각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도, 행여 몰상식한 무식쟁이라는 소릴 들을까봐 가장 가까운 아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안성훈 가수는 경연에서 최종 우승자가 됨으로써 상금 5억 원과 수많은 혜택이 그에게로 돌아갔다. 그런데 그의 쾌거에는 이보다 더 크고 값진 메시지가 담겨있다.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세상 이치를 생생하게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2012년에 데뷔한 안성훈은 가수의 삶을 살고 싶었지만, 가수로는 생활이 어려워 잠시 꿈을 접어야만 했단다. 그는 ‘미스터트롯1’에서 다시 재기를 노렸지만 이 역시 데스매치 대결에서 이찬원에게 10:1로 패배하고 말았고, 낙향한 그는 부모님과 주먹밥 장사를 했지만 이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문을 닫아야 했단다. 그랬던 그가 또 다시 도전해서 세상에 우뚝 서게 된 것이다.
안성훈은 경연에서 대결 상대자를 모두 자신보다 더 뛰어난 실력자들을 택했다. 이 때문에 그는 ‘쌈닭’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오늘의 그는 바로 이런 도전정신과 자신감의 결과일 것이다. 안성훈의 인생 ‘새옹지마’는 여러 측면에서도 확인되지만 가장 현실적으로 쉽게 드러나는 건 상금이다. 시즌1에서 그가 1등을 했더라면 1억에 그쳤겠지만, 대기만성의 결과를 기다린 시즌2에서 1등을 한 결과 5억을 받았다. 너무 세속적인가? 그러나 숨길 수 없는 사실 아닌가. 나 역시 인생 새옹지마를 경험하고 있는 게 하나 있다. 나는 고등학교 때 대학을 갈 수 없어서 면서기가 되기 위해 공무원을 준비했었다. 그런데 시험을 준비하던 중에 알았다. 호적 나이가 두 살 어리게 돼 있어서 ‘연령미달’이란 사실이었다. 원래 나이로 바로잡으려 재판까지 받았지만 결국 고치질 못했다. 얼마나 낙망했는지 모른다. 세상 끝인 줄 알았다. 그런데 우여곡절 끝에 지금의 길을 걷고 있다. 돌아보건대, 당시에 나이를 고칠 수 없었던 게 얼마나 다행이냐고 주위 사람들이 입을 모은다. 나 역시 감사하게 생각한다.
‘새옹지마’ 네 글자는 오늘 우리들에게 속삭인다. 힘든 오늘의 고통･고난이 인생 끝까지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 아니라, 언젠가는 또 다른 행복을 가져다 줄 ‘디딤돌’이 되어 줄 것이란다. 다소간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꿈과 도전을 포기하지 말란다. 지성과 최선으로 살아가란다. 그리하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것이란다. 꼬∼옥….
하동정론신문 하동정론신문 hdgm970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