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못된 선입견과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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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덕 경상국립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 ||
공중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 있는데, 안쪽에서 전화로 통화를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보, 나 화장실 두 번째 칸인데 화장지가 없어. 당신이 화장지 좀 갖다 줘야겠어.” “내가 남자 화장실에 어떻게 들어가?” “그럼 어떻게 해?”
내가 용무를 마치고 주위를 둘러보다가 대충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곳은 화장실 칸칸이 화장지를 비치해 놓지 않고, 화장실 입구 쪽에 공용으로 화장지 걸이를 하나만 설치해 놓고 있었다.
구조요청을 하던 그 분은 이런 걸 모른 채, 안에 들어가면 당연히 화장지가 걸려 있을 것이란 선입견을 가지고 습관적으로 급히 앉아서 일을 시작해 버렸던 모양이다.
내가 대신 화장지를 준비해서 문 밑으로 넣어주자 안도의 한숨과 함께 고맙다는 인사가 크게 돌아왔다. 그 기분을 내가 더 잘 알고 있었기에, 나의 ‘선행’을 스스로 자찬(自讚)하면서 기쁜 마음으로 화장실을 나왔다.
그러면서 평소 우리가 잘못 가지고 있는 ‘선입견’이나 반복되는 ‘습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선입견’은 잘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미리 자의적으로 판단하여 견해를 굳혀버리는 일이다. 참으로 위험한 일이다. 살아가면서 이 선입견 때문에 하게 되는 실수가 한둘이 아니다. 그러기에 특히 어떤 사람의 출신이나 사회적 신분, 경력 등을 놓고 쉽게 가질 수 있는 선입견 내지 고정관념은 더더욱 위험하고 조심해야 할 일이다.
‘습관’ 역시 마찬가지다. 평소 반복하던 습관을 또 다른 환경에서 무의식적으로 재연하다가는 낭패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 습관은 개인의 편안함과 자유로움을 추구하면서 자연스럽게 체질화 되어간다.
이 때문에 혼자 있을 때 편하게 행동하다 만들어진 습관이 간혹 문제를 일으키곤 한다.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공간에서 불편한 것이 이 개인의 습관이다. 마음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혼자 있을 때의 좋은 생각과 행동은 사회생활을 할 때 실수를 줄일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그래서 고전에서는 ‘신독(愼獨)’을 강조하고 있다. “남이 보지 않는 곳에 혼자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하여 말과 행동을 삼가”라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본성을 억눌러 절제하라는 주문이다. 당연히 수신(修身)의 가장 초보적 덕목이지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늙어가면서 자주 반추해 보는 글자 하나, ‘삼갈 신(愼)’이다.
요즘 들어 걱정되는 것이 있다. 어떤 현상 앞에서 성급하게 떠오르는 선입견 극복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이요, 피해의식과 같은 좋지 못한 감정들이 먼저 가슴을 채워 이성적 판단을 자꾸 어렵게 한다는 점이다. 경험이 많아지고 연륜이 쌓일수록 좀 느긋하고 융통성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세상의 많은 것을 이해해 주고 포용해 주고 용서해 주는 그런 인품으로 성장해 가고 싶은 데, 그게 참 잘 안 된다는 고민이다.
그래서 오늘도 늙어만 갈 게 아니라 인격적으로 익어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다짐을 해 본다. 내가 좋아하거나 믿고 싶은 것만을 절대적인 것인 냥 고집하며, 확증편향(確證偏向)의 우를 범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각오를 해 본다. 이런 기도가 이뤄진다면 가깝게 지내는 내 친구도 나를 더 좋아해 줄 것만 같다. 좋은 자리가 있을 때 나를 생각해 주고, 맛난 음식이 있을 때 역시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들도 많아질 것만 같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즐겁게 해 주는 일보다 더 행복한 일이 어디 있을까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잘못된 선입견과 습관을 고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공자님은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라 했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이 찾아온다.”는 말이다. 행복한 삶의 지혜를 다시 한 번 복습해 본다.
하동군민신문 hdgm9700@hanmail.net